[02.05.30]선관위, 꽃 자전거에 태클걸다

관리자
발행일 2003-11-27 조회수 90

동신대 조경학부 조진상 교수(43. 광주시 서구 풍암동)는 동네에서 '개나리 아저씨'로 통한다. 산책을 하거나 동네 주변을 이동할 때 그가 애용하는 '꽃자전거' 때문. 평범한 자전거를 녹색으로 색칠 한 뒤 핸들 앞쪽과 뒷좌석을 개나리 같은 예쁜 꽃으로 장식한 것이다.
"처음엔 주민들이 꽃배달하는 사람인 줄 알더라구요. 하지만 꽃과 자전거라는 친환경적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졌는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이들이 늘고, 특히 아이들이 절 보면 '개나리 아저씨 간다'며 엄마에게 얘기하는 모습도 발견하죠."
사실 꽃자전거는 조 교수에게 있어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환경에 대한 그의 고민과 활동이 집중된 상징물이다. 독일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광주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통해 광주시의 각종 환경관련 현안에 뛰어들곤 했다. 상무소각장 문제나 광주천의 오염, 도심철도 폐선부지, 도시교통정책 등 그의 관심분야는 광주를 녹색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었다.
회색빛 도시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과 공해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이고 건강에도 좋은 녹색 운송수단 자전거의 절묘한 조화. 줄곧 환경운동을 해온 그가 이 꽃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은 그 자체로도 또 하나의 환경운동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민운동차원의 환경운동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전국 환경연합차원에서 녹색후보를 내기로함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광주시의회 서구 제3선거구(금호, 서창, 풍암동)에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그가 느끼는 예
상어려움은 적지 않다.
"처음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이 선거법 테두리에서 주민과 접촉할 방법은 원천봉쇄돼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어요. 당 소속 기성정치인들은 선거운동기간 전부터 의정보고회를 열어 주민들을 모으거나 보고서를 돌리기도 하지만 무소속에다 처음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경우 어느 것 하나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더군요."
한번은 지역 체육행사에서 주민들을 만나면서 명함을 건넸는데, 선관위에선 '교환'이 아니면 선거법 위반이라며 '태클'을 걸어왔다. 그리고 명함뭉치를 찾겠다며 그의 사무실을 뒤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기성정치인이 돌리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저만치 앞서 가고 있을 때 그는 여전히 전에 해왔던 대로 환경운동에 열중이다. 지역 현안에 대해 지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찾는 일들이 그것이다.
그는 최근 광주역을 광천역으로 이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 풍암지구 중앙공원 정비방안 토론회, 풍암지구 어린이 통학로 개선방안 토론회 등을 주민과 함께 열었다. 평소 그가 환경연합 활동을 하면서 진행했던 환경운동 그대로다. 특히 어린이 통학로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서구청에 민원을 제기함으로써 개선을 촉구하는 등 행정처리까지 집행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토론회도 선관위에선 '반복하면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태클'을 걸어왔다. 두 차례의 환경관련 서적 출판기념회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가 매년 해왔던 자전거 타기 캠페인도 '한 사람이 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복해서 여러 사람이 하면 저촉된다'고 해서 실행방법을 놓고 고민중이다.
"특정후보측이 '반복적'으로 밥 사주는 것은 괜찮고, 주민들과 함께 '반복적'으로 지역 현안에 관한 고민을 나누는 것은 안된다는 해석은 이중잣대지요."
조 교수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앞두고 녹색후보가 할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그리고 깨끗한 선거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 특히 돈 안드는 정책 선거를 치러 성공하는 것이 녹색후보의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임을 안다.
법적선거비용으로 선거 치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주민들 만날 때 밥 안 사주면 가능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 58년 전남 영광출생인 조진상 교수는 광주일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 행정자치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거쳐 95년부터 동신대 도시·조경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산하 사)광주시민환경연구소장과 광주 자전거이용활성화시민회의 정책부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지속가능한 광주』, 『21세기 녹색교통수단 자전거』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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