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걷기 탁발순례

관리자
발행일 2005-06-07 조회수 109

지난 2004년 3월부터 도법스님을 비롯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전 5월 26일 푸른길 걷기 탁발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함께 참여한 자원활동가 의 글을 싣습니다.
"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생명평화 탁발순례중이신 도법 스님께서 광주를 지나시고 계셨다. 5월 26일 목요일에는 폐선부지를 푸른길로 가꾸기가 한창인 곳을 순례단과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그 외에 다른 지역의 단체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걸었다.

오전 9시 30분 광주역에서 모여 서로 인사하고 함께 걸을 곳을 소개한 뒤 출발. 흐릴 줄 알았는데 너무나도 밝고 강한 햇살은 어쩐지 부담스러웠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을 해보게 된다는 것과 무언가를 배우게 될 層?있다는 기대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흥동을 거쳐, 계림동, 동명동을 걸으면서 마주쳤던 풍경은 철길이 놓였었던 폐선부지가 길이 돼 있기도 했고, 기쁜 마음으로, 혹은 시름을 달래기 위해 주민들이 틈틈이 가꾸었을 텃밭에 푸성귀들이 자라나고 있기도 했다. 걸으며 귀로는 과거의 무계획적인 도시계획의 도시역사를 듣고, 눈으로는 철길과 접해 살아온 열악한 주거환경을 볼 수 있었다. 낡은 집에는 하수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폐수들이 쓰레기들과 함께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요즘 이 동네들에서는 재개발 바람이 분다고 한다.
시원한 그늘에서의 휴식: 점심을 먹으며 많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의 인구 집중과 도시개발로 훼손된 옛 물길과 숲을 다시 살리는 것이 도심의 환경운동이라고 참여한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푸른길 가꾸기 운동을 도시 숲 가꾸기 운동으로 발전되도록 할 것이라고도 하셨다.
침묵을 유지하시던 도법 스님이 질문을 하셨다. 도시 인구 규제 않고 도시 환경운동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남광주역의 점심시간 ;
점심을 먹은 후 도법스님이 탁발순례를 하기까지의 여러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는 생명위기의 시대! 점점 더 확장되는 철근콘크리트 도시, 벌겋게 속살이 파헤쳐지고 있는 산하, 그 위를 덮는 아스팔트와 건물들과 1년 내내 아기가 한명도 태어나지 않은 농촌마을, 문을 닫는 공장들, 인성파괴와 범죄율증가, 국제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전쟁 등 위기의 징표들은 이미 도처에 널려 있으며, 그 속의 사람들은 평화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했다. 우리사회는 엄청나게 부자가 되었고, 편리해졌고, 부분적․현상적으로는 대단히 좋아졌지만 구체적인 인생살이의 내용은 생명위기와 공동체 붕괴로 가고 있다. 비움과 나눔, 모심과 살림 이러한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전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순례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도심에 푸른길을 만들거나 공원을 조성하거나 산을 보존하거나 하는 일보다 어쩌면 도법스님이 찾고자 하는 해법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득하고 감화시킬 수 있을까.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을 나쁘다고 평가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생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되어 간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변화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해야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심정이다. 체 게바라는 말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고 옳은 일이라면 추구해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감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도법스님 일행의 탁발순례는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반성의 채찍이 되기도 하고, 위로의 당근이 되기도 하리라.


점심을 먹고 나서 걸은 곳은 이미 푸른길이라는 이름에 알맞게도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광주의 1순환도로에 위치한 대남로, 우리를 기다리던 지역 주민께서 사주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은 뒤,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것으로 푸른길을 걸어보는 탁발순례를 마쳤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했었지만 잊혀지지 않을 만큼 의의가 있었던 경험이었다.

글 : 이미진(광주환경연합 청소년직장체험 참여자)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