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 공동의장 외부칼럼] 벌과 나비와 제비 그리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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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4-25 조회수 114




이 글은 2013년 4월 17일 <시민의 소리>에 게재된 임낙평 공동의장의 외부칼럼입니다.




벌과 나비와 제비 그리고 인간




시민의소리|기사게재일 2013.04.17
여론마당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벌과 나비는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들이다. 앙상한 나무와 메마른 덤불에 새 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디서 왔는지, 벌 나비들이 찾아와 꽃 사이를 부지런히 옮겨 다닌다. 어느 정도 봄이 무르익을 쯤 강남 갔던 제비도 자기 집에 찾아 온 듯 아무 집에나 들어가 처마 밑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너무도 흔한 우리네 봄의 풍경이다.



그러나 사정이 변했다. 봄이 되고 꽃이 피었건만 예전에 그 흔했던 벌 나비가 어디로 갔는지, 제비 또한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쉽지 않고, 도회지에서는 아예 볼 수가 없다. 벚꽃이며 배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했건만 그 많았던 전령들을 쉽게 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꿀을 생산하는 벌꿀들도 질병 때문에 떼죽음을 당한다는 뉴스도 있다. 우리네 사람들은 주말만 되면 이곳저곳의 꽃 축제를 즐기러 찾아가는데, 정작 축제의 주인공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찾아오지 않는다.




벌 나비와 같은 곤충들의 수난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환경단체인 그리피스(Greenpeace)는 '벌들의 감소(Bees in Decline)'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유럽 전역에서 벌을 살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의 상당수가 벌 나비와 같은 곤충들의 수분(꽃가루받이)활동에 결과물이다. 곤충들의 수분활동이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수분을 해야 한다.
벌 나비의 감소는 농업과 식량생산의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영양가 있고 경제적 이익을 주는 작물들, 다양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사료작물들이 곤충 수분이 감소는 농작물 생산성에 악 영향을 준다.




벌 개체수의 감소는 질병과 기생충 그리고 기후변화도 원인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형 농업과 화학물질(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사용이다. 그린피스는 벌의 생태에 해를 끼치는 농약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최우선적 대책이라며, 우선 다국적 농약생산기업들이 생산하는 7가지 농약생산과 사용을 중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개별 국가와 유럽연합(EU)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벌을 살리는 것이 생태계뿐만 아니라 원활한 식량생산 즉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나주 들녘, 소담스럽게 핀 하얀 배꽃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화가들 사진작가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 위해 그곳을 찾을 것이다. 배 밭의 주인들, 농부들은 인공수분을 위한 준비도 더불어 하고 있을 것이다. 벌 나비가 사라진 지 오래이기에 배와 사과 농장의 농부들에게 인공수분은 당연한 일처럼 되었다. 사람이 꽃술을 따서 꽃가루를 만들어 직접 면봉을 이용하거나 기계로 일일이 벌 나비가 했던 일을 대행할 것이다.
우리도 벌 나비를 불러오고 살려내야 한다. 유럽에서처럼 그들이 금지한 농약을 우리도 금지시켜야 한다. 우리도 '벌 나비 이슈'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벌 나비를 살리는 정책을 가져야 한다. 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는 우리네 시민들도 벌 나비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해야 되지 않겠는가.




벌 나비 제비는 우리 사람들이 몰아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람만의 이기와 편리, 그리고 풍요를 위해서 말이다. 이제 자각해야 한다. 그들을 다시 오게 하고, 그들도 건강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원래 사람들과 형제자매들이었다. 벌 나비 제비와 우리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진짜 봄날을 위해 우리 모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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