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3 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 자연과의 전쟁을 멈출 때

관리자
발행일 2023-04-17 조회수 33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 각 30%를 보호지역으로.’
 
지난해 12월, 유엔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었던 ‘15차 생물종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COP15)의 최종 합의의 가장 핵심이다. 정식 명칭은 ‘쿤밍 몬트리올 글로벌 생물종다양성 프레임워크(GBF)’라는 좀 긴 이름이다. 196개국이 참여했고, 3년 이상 지루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당초 COP15의 개최지가 중국의 쿤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되어 불가피하게 협약 사무국이 위치한 캐나다 몬트리올로 옮겨서 개최되었다. 합의 내용에는 파괴 훼손된 지구 생태계의 30%를 복원하자는 합의도 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자연과의 평화 협정’이라고 반겼고, 세계 유수한 언론도 ‘기념비적 합의’라고 전했다.
 
30%의 육지와 70% 바다로 되어있는 둥근 지구를 상상해 보자. 지구와 80억 인류의 미래와 건강한 삶을 위해서 지구의 30%를 보호지역 지정하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이곳에서 광산을 비롯, 각종 자원개발과 도로며 벌채, 도시와 산업개발이 허용할 수 없다, 30%는 ‘손대지 않는 땅과 바다’이다. 약속은 이뤄졌고 이제 모든 국가는 자국 내에서 최소한 육상과 바다의 각 30%를 2030년까지 법적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자연생태계 보존지역, 습지보존지역 혹은 해양생태계 보호지역 등과 같은 형태로 말이다.
 
그동안 지구환경 생태계의 파괴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만큼 심각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 100만 종의 생물의 멸종 우려, 아마존 열림우림의 파괴, 산호초의 파괴, 해양 플라스틱 오염 등 위기는 확대재생산을 거듭해 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도 자연생태계파괴, 야생동물의 서식처 손실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동안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류가 자연과의 전쟁 중’이며, ‘인류가 대량멸종의 무기’라고 경고했다. 오늘의 환경생태계 위기는 ‘자연의 보복’으로 규정하며 무모하고 자멸적인 전쟁을 멈출 것을 주장했다. 이번 ‘지구의 30% 보호’ 합의는 특단의 대응책이다.
 
세계 자연보존연맹의 자료(2020년)에 의하면, 세계 육지의 15%, 해양의 7% 내외가 보존지역이라 한다. 한국은 육지가 17%, 해양이 3-4% 정도이다. 이제 모든 국가는 몬트리올에서의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주인이 없는 공해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 30%를 선정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국립공원을 확대해 가는 것이 보호지역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이다.
 
최근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정부에 의해 용인되어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국내 22개 국립공원으로 개발행위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우려도 있고, 산악열차를 비롯한 또 다양한 개발행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연 국립공원에서 과거와 다른 이 같은 개발행위가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국립공원 제도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탄생했다. 이른바 미국 서부에 엘로우스톤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이때 지정되었다. 19세기 말 골드러시와 개발 광풍이 휘몰아치던 때였으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오늘까지 온전히 지켜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불카와 같은 개발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으로서 사람이 손대지 않고 자연 그대로 항구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것이 철칙이다. 국립공원은 지금까지도 미국 사람들이 만든 최고의 아이디어로 칭송을 받고 있다.
 
한국의 국립공원 또한 국토 환경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다. 법적으로도 삽질이나 포크레인이 허용될 수 없는 사람이 ‘손댈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같은 인공시설은 대부분 관광개발을 통한 지역발전, 주민 소득증대와 세수확충을 목적으로 그 지역 지방정부들이 추진하고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 국립공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돈벌이를 위해 과연 국립공원과 수려한 자연생태계와 생물 종다양성이 파괴 훼손되어도 될 것인가. 세계는 자연과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나아가는데, 세계 11위 경제대국에서 ‘자연과의 전쟁’에 나서자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구테흐스 사무총장 말대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무책임한 행위다.’ 지리산 무등산 설악산 등 우리의 국립공원이 요세미티와 엘로우스톤처럼 영원히 지켜지기를 소망해 본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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