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1 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 물 부족 위기와 비상행동

관리자
발행일 2023-04-17 조회수 35

 

상상해 본다. 금년 겨울, 지금처럼 가뭄이 계속된다면 광주 전남지역은 어떻게 될까? 식수원은 점점 고갈되고, 3월 이후에도 강우가 없다면 제한급수가 불가피하고, 어느 시점에 공급할 물이 없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광주시는 심각한 물 부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 비상행동'에 돌입한다고 했다. 우선 '20% 물 절약'을 포함해 비상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도 이미 제한급수를 할 만큼 심각하다.
 
수자원의 원천은 강우이다. 금년 들어 수도권 등 지역에는 홍수피해가 극심할 만큼 비가 내렸으나 광주전남지역은 예외였다. 보통 연평균 1,390mm가 내려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그 절반 수준 714mm만 내렸다. 이에 광주 상수원 동복댐의 저수율은 11월 초 33%, 광역상수도 주암댐은 32.5%로 평년의 절반 수준이다. 이 두 곳에서 광주에만 하루 50만 톤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겨울철 강우가 많이 내리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저수율은 더욱 내려갈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물 부족의 공포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 현상이다. 금년 여름 지구 북반구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과 산불, 폭염이 발생했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중서부 유럽은 지난 500년 만에 기록적인 가뭄이 겪었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60년 만에 가뭄으로 양쯔강의 평균 수심이 반 이하로 줄었다. 북미의 미국 서부 등에서도 만성적인 가뭄이 계속되었다. 세계 기상 과학자들은 금년 북반구의 가뭄 등 기상현상이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400년 만에 발생할 수 있는 이례적인 기상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치유되지 않는다면 이런 가뭄은 이제 20년 빈도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발생 가능성이 20배 정도로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1.2도 상승했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뭄과 물 위기는 점점 가속화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금년 광주전남지역의 가뭄과 물 부족의 근원적 원인은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IPCC(기후변화범정부위원회)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안전한 지역은 지구상에 없다'고 했는데, 한국도 광주와 전남지역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뭄과 물 부족은 직접적으로 식수공급과 농작물 생산, 산업시설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며, 자연계의 동식물 생육에도 치명적이다. 이번 여름 혹독한 가뭄을 겪었던 북반구 여러 지역에서 지금도 가뭄이 지속되며 물 부족에 따른 고통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광주전남은 물 부족에 우려를 이겨내야 한다. 행정의 비상대책, '20% 물 절약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사실 우리의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은 280리터로 독일의 150리터, 덴마크의 188리터보다 훨씬 많다. 이번을 계기로 수자원인 물을 '물 쓰듯이 하는 습성'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광주전남 등 지방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차원에서 '회복력 있는(Resilient) 수자원 관리 전략'을 가져야 한다. 대수층의 지하수 이용, 빗물의 활용, 물의 재사용, 중수도 도입, 해수 담수화, 주요 댐과 하천을 연계하는 비상급수원 확보 등 가능한 방법을 가져야 한다. 이번부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하는 적용 가능한 수자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대응책이 기후위기 적응 대책이다.
 
'2050 탄소중립과 2030 50%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사회의 약속은 이행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광주전남지역 지방정부도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10위권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한국은, 북미나 유럽연합 등 책임 있는 많은 나라들과 달리, 현재까지 선언과 약속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행되지 약속이나 행동계획이 없는 약속은 의미가 없다. 세계가 가뭄과 물 부족을 이겨내려면 확고히 탈탄소의 길을 가야 한다.
 
광주전남지역의 물 부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역민들이 모두가 다 함께 '비상한 국면'임을 자각하고 나부터 우리부터 물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비상행동, 즉 20% 이상 물 절약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이번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면, 하늘은 어느 순간 자연의 순리를 회복하여 메마른 대지 위해 비를 내려줄 것이다.
 
임낙평 전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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