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 복개하천, 이제는 뜯어낼 때

관리자
발행일 2020-07-23 조회수 573


광주 복개하천, 이제는 뜯어낼 때

광주환경운동연합 나동환 간사



대학 시절 과제를 위해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 주최한 '옛 지도로 본 광주' 기획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옛 지도를 통해 광주의 도시변천과 생활상을 조명해 보자는 기획 의도답게 조선 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광주의 모습을 그린 지도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광주천이 직강화되기 전 굽이치는 광주천과 그 주변으로 뻗어 있는 크고 작은 물줄기의 모습들이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광주를 굽이치며 흐르던 그 물줄기들,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광주광역시 하천 현황자료에 따르면, 현재 광주를 흐르는 하천은 총 36개소이다. 올해 1월,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광주천을 포함해 국가하천은 영산강, 황룡강, 지석천, 광주천 4곳이고, 나머지 32개 하천이 지방하천으로 분류된다. 하천 현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15개의 복개하천이 땅속에 잠들어있다.
광주의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1970년대 광주천 본류 양동시장 상가 구간 부분 복개를 시작으로 광주천과 지류 하천에 대한 복개가 시작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경양지천, 동계천, 서방천이 복개되었고 1990년대 중반 극락천, 용봉천, 학림천, 용산천, 두암천 등이 복개가 되었다. 복개한 하천은 주로 상가와 도로,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은 도로명으로만 남아버린 동계천과 옛 시청(현 계림동 홈플러스)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 경양지천, 서방천과 용봉천이 만나는 신안교 등지에서 옛 물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과거, 도시화의 과정에서, 도시 생활의 편의를 위해 추진한 도시하천의 복개가 이제는 하천의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며, 하천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광주천과 지류 하천복개가 추진됨에 따라 콘크리트로 된 편의시설이 늘어난 만큼, 수계의 연속성은 단절되고 수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천 복개로 인한 수변 공간의 감소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빗물의 투수율을 떨어뜨려 하천의 건천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개하천은 형태상으로는 하천이지만, 뚜껑으로 덮인 뒤에는 폐천되어 하수도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질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햇빛이 들지 않는 복개하천의 특성 때문에 물속의 미생물이나 식물로 인한 정화기능도 기대할 수 없다. 기능상으로는 하천과 도로, 하수도 등의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관리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하천의 형상과 수량, 수질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현황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큰 비가 오게 되면 우수와 함께 섞인 오수들이 지류에서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광주천의 오염원이 되고 있다.
복개하천 복원은 광주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이다. 광주천의 장기과제인 복개하천을 복원하자는 목소리들이 꾸준히 있었지만, 하천 복원에 드는 재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부산의 폭우가 보여주듯 강수량의 변동은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기온의 상승으로 시베리아에서는 때아닌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로 향하고 있는 지금, 복개하천의 복원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폐천된 지류의 복개하천을 되살린다면 광주천의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은 물론 도시 온도 저감, 생태 공간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단계적으로 도시개발계획과 연계하여 통행량이 많지 않은 복개도로를 중심으로 우선 개방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지속가능한 도심하천의 이용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복개천의 복원뿐만 아니라 도심 하천 복원을 위한 장기적 구상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20.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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