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영산강 보트탐사

관리자
발행일 2004-10-26 조회수 202

우리 환경연합과 생태답사모임 '물한방울 흙한줌'은 영산강 물길체험 탐사를 10월 17일 나주 석관정에서부터 무안 몽탄대교 일원에서 보트와 소형어선 7척을 타고서 영산강유역환경청과 sk텔레콤의 후원과 황금박쥐부대의 지원으로 영산강의 강내음을 맡으며 진행하였다..
올 상반기 영산강 나주대교의 수질이 5급스로 악화된 상황에서 영산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골재채취 현장, 방치된 폐그물 등 영산강의 아픔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탁한 수질을 직접 보고 영산강 수질과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실함을 느끼는 행사였다.
이날 물길탐사는 한겨레 안관옥기자, 무등일보 이형주기자, 광주타임즈 박영래기자, 광주드림 채정희기자가 함께 동행취재하였다. 아래기사는 한겨레신문 안관옥기자의 글을 퍼왔다.
“영산강, 병색이 완연했다”
△ 광주환경운동연합 영산강 탐사단이 17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시 다시면 동당리 석관정 앞 강물 위에서 수질이 갈수록 나빠지는 영산강을 2급수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광주환경연합 44.4km 뱃길탐사
17일 오전 11시 영산강에서 경치가 으뜸이라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석관정 앞 나루터. 고무보트 5척과 소형어선 3척으로 꾸려진 광주환경운동연합 영산강 탐사단이 ‘남도의 젖줄 영산강에서 생명의 숨결을 회복하자’라는 주제로 44.4㎞ 구간의 뱃길탐사에 나섰다. 탐사단원 50여명은 배를 띄우자마자 ‘영산강을 살리자’, ‘에스오에스(SOS)’라고 쓴 깃발들을 흔들며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과 주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탐사단은 갈수기인 탓에 수심이 낮은 영산포를 두고 10㎞ 아래서 배를 띄웠다. 영산강의 하루 평균 수량은 7~8월 1700만t에 이르나 갈수기에 접어들면 200t으로 줄어들어 뱃길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탐사단이 석관정 나루터를 출발해 처음으로 만난 물빛은 적갈색에 가까웠다. 너비 100m 깊이 2~3m라는 강 한가운데를 35마력짜리 보트엔진이 뒷물결을 일으키며 달리자 수많은 작은 알맹이들이 흩어지더니 물빛이 순식간에 더욱 어두워졌다.
안내자들은 영산강의 수질이 지점·수량·시기 등에 따라 격차가 크지만 중류는 2~3급수, 하류는 3~4급수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평균 수질은 나주~무안의 하천수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3.0~4.8㎎/ℓ, 무안~하구언 호소수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6.0~6.3㎎/ℓ으로 측정됐단다.
둔치에서 가을걷이에 부산한 트랙터와 콤바인을 스쳐 3㎞쯤 내려가자 행정당국이 나주 구간에 허가해준 모래채취 현장이 나타났다. 마침 일요일이라 동력을 멈춘 작업선과 바지가 녹슨 몸체를 드러낸 채 강물 가운데 한가롭게 정박한 상태였다.
석관정 나루터부터 영산호까지 안타까운 ‘탁류’만
하류는 3~4급수‥“여름엔 바닥 개펄서 악취까지”
평소 모래 채취를 하느라 강바닥이 뒤집힌 때문인지 바로 아래 동강대교 부근의 물빛은 회갈색을 띠고 있었다. 탁도가 심해진 탓에 바닥을 들여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동강대교 상판을 올려다보며 내려가자 곧바로 흐려진 물위에 주황색 부표더미가 두줄로 나란히 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유물질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으려고 양쪽 강안에서 중심으로 설치한 이중막이었다.
주민 김유식씨는 “동강대교 일대는 장어·숭어·모치·짱뚱어·금복어 등이 유명했던 곳”이라며 “아래에 하구언이 막히고 위쪽에 모래를 파면서 물고기를 구경하기 힘들어졌다”고 푸념했다.
동강대교에서 4㎞쯤 더 가자 강물이 뱀처럼 산과 들을 휘감아 도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곳은 예부터 굴곡이 심한 사행천의 전형이어서 아예 곡천리라는 지명이 생기기도 했단다. 이 지점의 강물은 선단의 행렬 중 100m쯤 앞서가는 배의 허리만 보일 뿐 나머지는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버릴 정도로 굴곡이 심했다.
유속마저 느린 만곡부분을 지나 무안으로 접어들자 강물이 제방을 따라 반듯하게 흐르는 듯 싶더니 야트막한 야산 위에 하얗게 얹혀 있는 몽탄정수장이 보였다.
김종일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원은 “1994년 수질이 극도로 나빠지자 이 물을 먹던 목포시민들이 광주시장을 고발한 적이 있다”며 “이를 계기로 목포에는 주암호물이 공급됐지만 영산강에 대한 관심은 식어버렸다”고 말했다.

몽탄정수장을 스쳐 몽탄대교에 이르자 강의 너비는 300m로 커지고, 깊이도 4~5m에 이르렀다. 강하류의 전형적인 모습인 듯 활짝핀 갈대숲과 버려진 그물망이 군데군데 나타났다. 이런 풍경을 스치며 몽탄대교에서 6㎞쯤 내려가자 강 중심에 등대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뱃사람들은 이를 버려진 멍수등대라고 부른단다. 25년 전에는 뱃길을 안내했던 이 등대는 배들이 멈추자 영산강과 영산호를 가르는 경계표시 구실을 한단다.
멍수등대를 지나 인공호수인 영산호의 들머리로 접어들자 승선한 4.9t급 복근호의 항법장치에 깊이가 15m 안팎까지 표시됐다. 바다새인 갈매기도 눈에 띄었다. 물새들도 한두마리 또는 수십마리씩 떼지어 비상하며 먹이를 쫓느라 바빴다. 선원들은 해오라기 흰뺨오리 왜가리 농병아리 뜸부기 따위 조류들이 숱하게 많았지만 농약을 많이들 치면서 뜸부기를 비롯한 숱한 종들이 아예 사라진 듯하다고 전했다. 호수 가장자리 얕은 물가에는 삼강망을 설치한 대나무 표지들이 수도 없이 이어졌다. 선장 문제빈(59)씨는 “민물 삼강망 5개씩을 허가받고도 40~50개씩 설치한다”며 “물고기가 그물에 들지 않자 고기를 거두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해 오염을 심화시킨다”고 혀를 찼다.
조도와 가래섬을 지나면서 강폭은 3㎞ 안팎까지 넓어지더니 정면으로 희부연 목포 시가지와 길다른 대불산단 철교가 눈에 들어왔다. 동쪽에는 나불나루터, 서쪽에는 남악새도심이 펼쳐진 영산강 하구언에 이른 것이다. 남악새도심에 건설 중인 전남도청 건물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철골조가 거의 올라간 모습이었다.
조기안 초당대 교수는 “여름이면 영산호 바닥에 쌓인 개펄이 높은 수온에 부패하는 냄새가 멀리 퍼져나간다”며 “도청 입주 뒤 해결책을 찾으면 늦는 만큼 준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산호가 석양빛에 물들 무렵 탐사반의 선단은 1981년 농경지 확보와 해일피해 방지를 위해 길이 4350m 규모로 축조한 ‘남해의 관문’ 영산강 하구언에 다다랐다. 시속 6~8노트의 느린 속도로 생명의 숨결을 살피고 오느라 한나절이 꼬박 걸린 것이다.
탐사에 동참한 이주연(13·광주 일동초등6)양은 “강물이 푸른색이 아니라 더럽고 흐렸다”며 “상류에 사는 만큼 이 강물을 더럽히지 않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영산강/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