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 공동의장 외부칼럼] - 후쿠시마 참사의 교훈(1)

관리자
발행일 2011-04-20 조회수 89


이 원고는 2011년 4월 15일 <전남일보>에 기재된 임낙평 공동의장의 외부 칼럼입니다.


<후쿠시마 참사의 교훈 (1) 남의 일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1개월이 넘어섰으나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악의 원전 사고인 25년 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참사에 버금가는 사고로 진전되고 있다. 더욱 걱정은 일본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어떻게 악화될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원자로 폭발과 노심용융, 냉각체계 파손 등으로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바다로 육지로 하늘로 방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방출된 방사성물질만으로도 일본열도는 '방사능 공포' 그 자체이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이 비상한 국면이다.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고 원자로가 제어되기를 염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이웃나라이자 21기의 원전을 운영중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이지, 스스로 질문해보고 답을 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원전을 가진 나라들이 고심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일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방사성물질의 방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과연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가 일차적인 관심이다. 한국 정부는 사고가 터졌을 때, '편서풍 때문에'라고 했다가, 국내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자 '미미하기 때문에' 안심할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한국은 지진 쓰나미의 위험이 덜하고 충분한 내진설계 되어 있다', '원자로설계가 우수해서 안전하다'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도 우리의 원전도 안심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당국이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원전은 태생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학과 운영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의 사고가 이를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지난 78년,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도 스리마일 원전사고를 경험했고, 미국과 쌍벽을 이루고 있던 구소련 또한 체르노빌 참사라는 최악의 사고를 경험했다. 체르노빌 참사로 현재까지 수 만 명이 죽었고(사망자 수의 집계가 7000여 명에서 8만여 명으로 다양함), 앞으로 피폭 1, 2세대가 얼마큼 사망할지 알 수 없다. 지금도 사고 반경 30㎞ 정도가 죽음의 땅이고, 최근 조사에서도 인근 지역 토양이나 농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안전성을 신화처럼 믿었던 이들 핵 선진국에서 이런 사고를 경험했는데 우리의 원전은 항구적으로 안전하다고 강변할 수 있는가.

후쿠시마 사고 직후 독일은 7기의 원전 가동을 중지했다. 시민들은 나머지 10기 원전도 10여년 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정부의 최종적인 원전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볼 일이지만, 2020~2030년이면 독일은 핵에너지를 전면 포기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수준으로도 한국은 세계 5대 원전보유국이자, 전력 공급측면에서 세계 4위를 보이는 원전 강국이다. 정부정책에 의하면 오는 2030년까지 40여 기 원전을 갖게 되고, 작년 중동에서 원전수출을 수주했듯 수출산업으로도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원전 르네상스, 녹색성장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세계 각국이 핵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나, 한국은 요지부동으로 핵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강행할 태세이다.

후쿠시마의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이다. 후쿠시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핵은 안전하지 않고, 단 한 번의 사고가 인간과 자연생태계에 회복이 불가능한 재난'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은 그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어찌 핵 사업이 '녹색성장산업'이고 지금도 '원자력 르네상스'인가. 수 십 년 혹은 수 백 년 동안 어찌 사고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후쿠시마는 우리에게 핵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원전이 제어되어 사태가 진정되고 그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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