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 공동의장 외부칼럼] - 핵과 인간은 공존할 수 없다

관리자
발행일 2011-02-15 조회수 93


http://www.gjdream.com/v2/column/view.html?news_type=502&mode=view&uid=429132


이 원고는 2010년 12월 20일 <광주드림>에 기재된 임낙평 공동의장의 외부 칼럼입니다.



                             <핵과 인간은 공존할 수 없다>

한 해가 가는 길목에 해남과 고흥이 떠들썩하다. 핵발전소 유치 이슈 때문이다. 지난 11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가 핵발전소의 추가건설을 위해 전남 해남과 고흥, 동해안 지역의 삼척과 영덕군에 의회의 동의를 첨부해 2월 말까지 핵발전소 유치신청을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부터다. 지난 부안 핵폐기물처분장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핵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8년 8월 정부가 핵에너지 중심의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확정했다. 정부 정책에는 2030년까지 현재의 36%인 핵발전 용량을 58%까지 확대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도입 비율을 11%로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20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고 8기가 건설 중이다. 정부의 핵발전소 확장정책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10여 기 이상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지어야 하고 따라서 신규 부지가 필요하다. 2030년쯤 되면 우리는 약 40여 기 핵발전소를 가진 세계적인 핵의 나라가 된다.

핵발전소를 말할 때, 독일의 사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0년 독일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17기의 핵발전소를 2020년까지 완전 폐기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올 가을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에너지 수급 정책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폐기 시점을 2034년까지 연기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 전환을 두고 기존의 폐기결정을 고수해야 한다며 야당과 환경단체 등이 맹렬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하간 현 독일정부의 결정대로 가더라도 독일은 2030년대 중반이 되면 핵발전소 비중이 제로가 된다.

우리 정부의 핵정책과 완전히 상반된다. 이런 사실을 정부나 핵추진론자들이 모를 리 없다. 과학과 기술, 산업 등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될 수 없는 선진국인 독일이 왜 핵발전소 폐기 결정을 했을까. 핵발전소가 인간과 자연생태계에 극히 위험한 존재이고, 핵폐기물의 완전한 처분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으며, 완벽한 운영과 관리를 위한 비용이 만만찮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양질의 전력을 얻을 수 있는 대안, 즉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남과 고흥에서는 한수원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며 유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유치를 막아내야 한다면 반대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정책을 결정하는 지역 정치인이나 군수, 군의원 등은 중립지대에 서 있는 듯하다. 유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부지선정의 대가로 주어지는 정부의 지원금, 향후 발전소로 인한 세수 확장 등을 통해 지역발전을 해보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들은 핵발전소로 인해 주변의 환경 피해도 없고 안전하며 지역민들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말하고 있다. 아마도 신규부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수원의 주장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 농민과 어민, 지역의 사회운동단체들은 일제히 한수원과 정부의 핵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핵발전소로 인한 지역의 폐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한수원이 지역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듯하다.

해남과 고흥은 지난 90년대 초 정부가 일방적으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었고, 군민들의 열화와 같은 반대 때문에 98년 국민의 정부에서 철회됐던 경험이 있다. 해남의 경우는 핵발전소 부지 선정이 철회되었다면서 군민들이 모여 축제까지 개최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환경단체들은 핵발전소를 반대하고 있다. 핵에너지가 현 세대와 다가올 미래 세대에까지 더럽고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의 대표를 했던 패트릭 무어는 ‘핵발전소는 우리 인간이 만든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고, 핵발전소의 확산은 이 지구에서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는 가장 범죄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했다. 핵발전소 추가건설 여부는 해남, 고흥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결코 핵과 인간 그리고 자연생태계는 공존할 수 없다.

임낙평<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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