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7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 한반도의 장마와 폭우, 기후위기 증거

관리자
발행일 2020-08-27 조회수 139

 

긴 장마와 폭우가 한반도의 여름을 강타하고 있다. 경향각지에서 과거에 없던 폭우와 피해소식을 연일 보고 듣는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찻집이나 식당에서도 주된 화두는 '장마와 폭우'이다. 물난리가 난 지역 아는 이들에게 '피해 없었느냐'는 인사도 자연스럽다. 보통의 시민들 중에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재난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들린다.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확실히 높아졌다.
기상청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장마는 50일이 넘긴 '역대 최장 장마'로 기록되고, 단 며칠 사이에 500mm 장대비가 전국에 걸쳐 내렸던 적도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연평균 강우가 약 1300mm와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당국에 의하면(11발표), 지난 1일부터 내린 폭우로 사망·실종자 42명, 이재민은 7000여 명, 시설피해는 총 2만 826건으로 집계됐다. 시설피해 중에는 공공시설 8470건 중에서 도로·교량이 4972건, 하천 690건, 저수지·배수로 268건, 산사태 771건이다. 사유시설 1만 2356건 중 주택은 5485건, 비닐하우스 4671건, 농경지 2만 7132ha 등이 피해를 입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단 며칠 사이 500mm 전후의 물 폭탄이 터져, 근래에 경험하지 못했던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대도시 광주에서도 일부지역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
지난 7월, 일본의 큐슈지방 일대도 역시 500-600mm의 집중호우가 내려 80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가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중국 중남부 지역 또한 사상 유래 없는 폭우가 지난 5월말부터 시작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피해는 상상을 초월, 5,500만 명이 넘는 이재민 발생과 160여명이 사망 실종되고, 약 24조 6,700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7월 말 보도)가 발생했다. 특히, 대홍수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인 장강의 샨샤(삼협)댐 붕괴위험 뉴스가 크게 보도를 탔다. 이번 여름 동아시아 한중일이 동일한 시기에 이렇듯 긴 장마와 집중호우 그리고 대홍수로 최악의 피해를 입었던 때가 과거에도 있었을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상재난의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나 전문기관이 딱 부러지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기후전문가들, 환경단체들은 심지어 보통의 시민들까지도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증거라 단정하지만 당국은 그렇지 않다. 다만 간접적으로 기후변화라며 인정할 따름이다. 기상청은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과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와 북태평양고기압과 만나면서 긴 장마와 강우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금년 북극지역의 이상고온, 제트기류의 약화도 다 기후변화 탓이다. 정부는 기후변화가 이런 재난의 원인이라는 인식, 중장기적 대응책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여름이 길어지고 대신 겨울이 짧아지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세계 평균기온이 섭씨 1.1도 상승했는데, 우리는 1.8도 상승했다. 폭염의 일수도 매년 증가하고, 강우량도 증가하고 있다. 전 지구적 지구온난화와 상관관계가 밀접하다.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세기말 한반도의 평균온도는 섭씨 5도에 육박할 것이고, 폭염일수도 현재보다 3-4배 증가하며, 강우량 또한 10% 이상 증가한다. 최근 정부에서 간행한 '2020 한국기후평가보고서'에 일부내용이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긴 장마와 폭우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발생할 개연성을 읽을 수 있다.
유엔 산하 IPCC(범정부기후위원회)는 지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 지구상에 없다'고 했다. 한반도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지금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인류가 안전하고 평화, 번영을 바란다면, '인간이 만든(Man-Made)' 기후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대폭적인 온실가스 감축, 지금부터 나서서 '2030년 50% 감축, 2050년 순제로(Net-Zero)배출'을 성취해야 한다. 순제로 배출을 그보다 당길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우리는 이번 대홍수의 피해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IPCC도 말했듯이 '기후위기 피해자들은 취약계층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간이 만든, 즉 우리와 정부가 초래한 기후위기 때문에 인명과 재산을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정부가 당연히 적극 도와야 하고, 시민공동체도 여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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