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모임] 햇빛도 나무 때문에 지구에 온다- 시사모 10월 모임

관리자
발행일 2021-10-27 조회수 157



'시를 사랑하는 모임'  10월 정기모임을 26일(화) 오후 7시 30분에 줌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이 아닌 온라인 시읽기 모임이 거듭되다 보니, 이제 줌으로 만나는 것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만나는 형식은 달라졌지만, 시를 통해 세상과 인생과,  자연과, 이웃을 이야기하는 것은 즐겁기만 합니다.
 
특별한 주제어나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회원 각자 원하는시, 마음에 끌리는 시를 선택하여 추천하고 함께 읽는 시간이데요,
이상하게  모아놓은 시가 뭔가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된 시는  들판이 적막하다(정현종),  흙냄새(정현종),  대숲에 서서(신석정),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도종환), 세상은 나무가 바꾼다(황규관), 사람들은 왜 모를까(김용택), 사람이 그리울때(김재진),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정진규), 조용한 일(김사인) 입니다.
찾아서 낭송 해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느낌과 감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세상은 나무가 바꾼다
황 규 관
 
이 세상은 나무의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이 아름답지 못할 때
숲에 들면
나무는 얼마나 많은 목숨을 살리는지
내 뼈마디가 다 꺾인다
햇빛을 향해 속살 말랑말랑한 가지는
휘어지고 문득 방향을 틀었지만
그건 억지도 도식도 아니다
햇빛도 나무 때문에 지구에 온다
나무는 햇빛의 속마음을 제 잎사귀에 적어두고
나머지는 온갖 꽃이나 벌레들의 색깔과
뭇 짐승의 체온으로 돌려준다
그래서 만산홍엽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위해 무엇 하나 하는 일이 없는데
나무는 제 일이 세상 일이고
세상 일이 제 일이다
지난여름 그 무서운 태풍과 겨뤄본 듯
내 허벅지만한 나무 한 그루
입동 가까운 세상에게 제 몸을 말려 건네주고 있다
이 세상은 나무가 바꾼다
 
……시집 『패배는 나의 힘 / 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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