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수준에서 바라본 대운하-정철웅 (광주환경운동연합 상임고문)

관리자
발행일 2007-12-11 조회수 139



상식의 수준에서 바라본 대운하
정철웅 (광주환경운동연합 상임고문)
얼마 전 한 친목모임에서 우연하게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찬반의견이 오고갔다. 찬성측이 약간 수세에 몰리는 듯 한 분위기였을 때, 운하건설을 강하게 주장했던 한분이 큰소리로 “그렇게들 대운하를 반대할 것 같으면, 그 대안을 한번 제시해 보시오”라고 다그쳤다. 이어서 “청계천 복원도 반대하였고,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건설도 당시에는 반대가 있었지 않았느냐”며 대운하 건설 반대 측을 대성일갈했다. 결국 대운하 찬반공방은 주위사람들의 만류로 그쯤에서 끝이 나고 말았지만, 그 대성일갈과 관련해서 상식적 수준에 의거한 몇 가지 소견을 제시코자 한다.
대운하 건설과 같은 대단위 국책토목사업은 반드시 그 사업의 필요성과 효율성 등 검증된 논리적 가치가 전제되어야 함이 첫 번째 기본상식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청계천은 ‘도심미관’, 경부고속도로는 ‘물류동맥’, 포항제철은 ‘기간산업’등 명확한 논리적 근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의 경우엔 이와 견줄 만한 목표 가치와 당위성이 부족한 듯싶다. 이처럼 태생적 한계가 있을 법한 토목사업에 대해서 대안제시 운운은 전제의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는 다그침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특히 가까운 사례로 현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에 의거 강행한 행정복합도시 건설은 당초에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했던 만큼, 대운하 건설의 경우에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목표가치와 당위성 부족
‘흐르는 물’보다는 ‘고인 물’이 쉽게 썩는다는 현상은 대운하건설에 참고해야 할 두 번째 기본상식이다. 오염된 물이 자연생태하천에서 약2Km를 흐르다 보면 깨끗한 물이 된다(물의 자정현상)는 것은 이제 케케묵은 상식이다.
경부운하는 19개의 갑문과 16개의 수중보를 설치한다. 이로 인하여 호수의 사촌격인 ‘호소(湖沼)’가 수십 개나 생긴다 할 수 있다. 그리고 6~9m 깊이의 바닥파기 공사와 100~300m 넓이의 강폭공사를 해야 한다. 또한 일 년 내내 일정한 수량의 확보를 위해 강 양측의 많은 부분을 콘크리트류로 채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인공구조물로 가득찬 대운하 호소는 물의 흐름을 정체시키는 등 수질오염 가중은 뻔해 보이는 기본상식이라 할 수 있다.
2500톤급 이상의 화물선과 유람선 그리고 준설선이 오고가는 호소에서 수돗물을 절대로 취수해서는 안됨이 세 번째 기본상식이다. 국민의 약 2/3가 마시는 한강물과 낙동강물에 배를 띄운다는 착상은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것이리라. 이러한 이의 제기에 동의했던지 찬성측 학자들은 취수지점과 취수원을 상류로 옮기고 간접취수 방식으로 ‘강변여과수 공법(시설수명이 15년~20년임)’을 채택하겠다 한다. 이때 막대한 추가비용과 취수량 부족문제도 고민되어야 할 상식이다.
대운하는 운송해야 할 화물 확보라는 전제가 네 번째 기본상식이다. 항운 물동량은 2002년 이래 인천항 광양항 평택항 영일항으로 이미 분산되고 있다(중국교역량 증가와 균형발전 계획의 영향임). 분산되는 물동량을 다시 부산항으로 환원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화물운송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이 세계적 추세인데, 19개의 갑문과 16개의 수중보에 의한 ‘거북이운송’은 화물주인들에게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 기본상식이지 않을까.
수질오염과 취수량부족 문제
국책토목사업 예상비용은 일부 아파트 건설원가처럼 외부공개용과 내부시행용이 각각 다른 고무줄 예산이 되지 않도록 함이 다섯 번째 기본상식이다. 순수한 토목비용 이외의 신규 다리건설 비용과 기존다리 교체비용(현 115개 다리중에서), 계속적인 강바닥준설 비용, 골재채취 비용, 토지매입 비용, 신규취수시설 비용 등 축소되거나 놓치기 쉬운 비용이 공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산하에 흐르는 물이 어디 한강과 낙동강 뿐이랴만, 특히 우리 민족의 역사와 생명을 지켜온 한강과 낙동강을 자연생태하에서 그대로 흐르게 하자.
‘다시보자 한강수야, 낙동강아 다시 흐르거라’라는 회한의 노래가 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 위의글은 2007년 12월 10일 내일신문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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