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기고]탈핵학교후기-핵에 맞선 영광의 싸움

관리자
발행일 2013-04-09 조회수 90























[탈핵학교]<2>핵에 맞선 영광의 싸움



핵발전소 존재에 따른 영광의 피해 자각
3·4호기 부실, 5·6호기 시공 반대 총력




  
   지난 4월2일 탈핵학교 두 번째 강의가 열렸다. 활동가가 되기 전에는 원자력이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인 줄 알았다. 핵폐기장을 건설한다고 했을 때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기에 내 고향에 생겼으면 하고 바랐다. 지금 생각하면 끔직한 일이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나자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일은 아니었기에 금방 또 잊고 살았다. 이런 나에게 탈핵학교는 핵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곳인 듯 싶다. 오늘은 광주와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영광원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광주서 30km, 영광원전 안전한가?

 강연자는 영광군농민회 주경채 회장이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영광이 어떤 영향을 받았고, 지금 어떻게 싸우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말했다. 영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간 영광주민들은 국가 주요 에너지인 전력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 대신, 핵발전소의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으로 상시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광이라는 고장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는 핵발전소가 남긴 유무형의 피해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수는 운동(반핵)에서 세우는 운동(탈핵)으로 거듭난 영광의 핵발전소 저항의 역사는 곧 한국의 반핵운동사다. 원전 가동 초기 약 10년은 소수 활동가들의 활동이 주를 이뤘다. 방사능 피폭 판정을 받은 원전 근로자 김철 씨 사건이 있었고 핵발전소 온배수 확산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 보상 요구가 증폭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 부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따른 시대적 한계로 대중적인 결합은 약했다.

 영광의 싸움은 원자력발전소 설치 반대 운동으로 이어진다. 3·4호기 부실시공과 5·6호기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다. 한국형 원자로 1호인 3·4호기 수주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며 내부 직원들의 부실 시공 제보가 잇따랐다. 이 때 영광핵발전소추방협의회가 결성되고 주민과 함께하는 대중적 방식의 반핵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환경 단체와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해외 활동가들의 영광 방문이 이어졌다.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에도 적극 결합하였고 온배수 확산에 따른 어민 피해 보상 운동도 본격화되었다. 이 시기는 핵발전소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하는 성과를 거뒀고 향후에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반핵 운동의 모토가 되었다.

  굴업도·부안 핵폐기장 싸움 결합

 영광은 핵폐기장 저지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핵폐기장을 못 짓게 하면 핵발전소가 늘지 않겠구나’라는 역발상이었다. 정부가 영광·고창·울진·영덕을 핵폐기장 후보 부지로 발표했다. 영광내에서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아 주민간 편이 갈라지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4개지역의 핵폐기장 건설이 백지화될 무렵 부안군수의 핵폐기장 신청으로 반대 진영은 부안으로 집결했다. 치열한 싸움 끝에 부안 폐기장이 백지화되고 주민투표 후 경주로 확정되었다.

 두 번의 전쟁이 끝나고 활동가들은 지쳤고 영광의 싸움도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영광원전 위조 부품사건과 3호기 안내관 균열 사고가 터졌다. 영광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갈등을 빚던 주민들은 안전성이라는 절대적 명제를 가지고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 위조부품 사건은 두 업체의 수주 과다 경쟁에서 나왔다. 원자력발전소는 작은 부품도 검증 필증을 받아 남품해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려고 품질보증서를 조작해서 만든 사건이다. 강사는 부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조직사회의 문제라고 했다. 원전을 위협하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부정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계속해서 주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안전을 지킬 수 없다.

 3호기 제어봉 안내관 균열은 제작의 하자이다. 금속의 피로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가동하다 일어난 문제라고 했다. 현재 영광주민들은 원전민관합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와 협상중이다. 합의 내용의 주요 골자는 영광원전 3호기 원자로헤드 관통관 결함과 관련해 공인된 국제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확인하고 전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적 수준 검증방식을 경험해 보고 기술 실무 검증 능력을 키우지는 의미라고 했다.

 영광에서의 싸움은 치열했고 현재도 그 치열함은 계속되고 있다. 강사는 핵발전소의 안전성 문제를 간과한 채 폐쇄를 주장하거나, 장기적 폐쇄의 원칙을 무시한 안전성 확보 주장은 모두 공허하다고 했다. 탈핵의 사회를 그리려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시민 교육도 필요하다. 그리고 영광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연대가 필요하고 했다.

 “영광원전은 이제 나의 문제”

 강연은 한편의 다큐를 본 듯했다. 그간의 영광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느껴졌다. 핵발전소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거라 믿었던 사람들도 거대한 핵산업에 맞서 싸운 사람들도 상처의 깊이는 같지 않을까 싶다. 이번 강연을 통해 영광원전은 ‘내 문제’가 되었다.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길 바란다. 긴 호흡으로 싸워나가자는 강사의 말에 그 끝에 내가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영광원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지만 영광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간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

 탈핵학교 세 번째 강좌는 ‘아톰에 깃든 원자력의 신화, 핵무장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사회진보연대 반전팀장 수열님이 강사로 나서 9일 오후 7시 진행된다. 탈핵학교가 지루하거나 어려울 거라는 건 편견을 버렸으면 한다. 강연에는 웃음이 빠지지 않고 분위기도 발랄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도대체 아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건지 궁금한 사람들은 오늘 강연에서 그 궁금증을 풀길 바란다. 강연은 매주 화요일 저녁7시 금남로 YMCA 무진관에서 열린다.

박지연<광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광주드림 2013.04.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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